2011년 2월 7일 월요일

정열적이지만, 원숙미 넘치는 일본인 여성 재즈 피아니스트

- Junko Onishi, "Baroque" -

Junko Onishi (Jazz Piano)

  
한국은 설 연휴가 끝나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나도 덩달아 월욜이라서 그런지
힘도 없고, 일하기 싫어서 미칠 지경이다.

하지만, 그저 멍하니 있을 수만은 없어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래도 일본은 이번주 금욜부터 3일 연휴라서
왠지 여유가 생기는 듯 하다.
물론, 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기는 해도 말이다.

연휴 후유증이 심하긴 하더라도,
어차피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으로 일해야 할터이니,
모두 힘내서 내일부터 파이팅 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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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작년말에 발매되었던 오오니시 준코의 신보를 줄창 듣고 있다.
일할 때 듣기로는 그리 편한 음반은 아니지만,
90년대 내가 너무도 좋아했던 일본인 뮤지션이었기에,
그녀의 복귀는 그 누구보다도 기쁜 일 가운데 하나이다.

버클리 음학원 학사로서, 졸업생 수석의 자리를 거쳐
뉴욕에서 수많은 경험을 쌓은 후, 92년 일본 데뷰...
일본 여성 피아니스트로서 빌리지 뱅거드 단독 공연을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그녀가 돌연 은퇴를 표명하고 재즈씬에서 사라진 것이 98년도...
그 때 재즈팬들의 충격은 대단했다.

그러던 가운데 10년이 지나서 오오니시 준코는 복귀했다.
그녀가 사라졌던 이유는 여러 소문이 있지만,
역시 음악적 영감을 되살려 내기 위해 심신으로 피폐한 몸을 휴식시키기 위함이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도 내가 좋아하는 일본인 재즈 피아니스트는 여성이 많다.
그 가운데, 남녀를 불문하고 내가 최고로 인정하는 인물이 바로 오오니시 준코이다.
포스트 밥 피아니스트의 몇 안되는 여성 실력파 피아노 주자인 것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90년대 그녀의 피아노는 정말 불을 뿜어내는 듯 했다.

몽크를 통해서 재즈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그녀를 볼 때,
역시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항상, 그녀는 자신의 음악적 뿌리가 듀크 앨링턴으로부터 셀로니어스 몽크를 거쳐,
오넷 콜맨에 이른다고 말하곤 한다.

그녀의 연주를 들어보면,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확연히 와 닿는다.
더구나, 맥코이 타이너나 케니 커크랜드, 머그류 밀러 등과의 교류에 의해서
비밥 피아노의 전통을 잇는다고도 할 수 있다.

결코, 편하게 앉아서 들을 수 없는 오오니시 준코의 피아노 연주는,
나의 피를 끓게 한다.
정열적인 그녀의 연주를 생각만 해도, 흥분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다시 돌아온 그녀의 연주는 그러한 열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젊은 피로만은 절대 만들어낼 수 없는 완숙미를 뿜어낸다.

"Baroque"라는 앨범은 그녀의 음악 세계를 잘 표현한 작품이지만,
밥적인 뜨거운 피아노 연주를 충분히 감상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오히려, 그녀의 연주는 트리오 구성에서 더욱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완성도 높아진 이 음반을 통해서 우리는 그녀의 완숙미를 느낄 수 있다.

이 앨범에서 세번째 트랙의 'Threepenny Opera"가 추천이긴 한데,
연주 시간이 19분에 육박하는 대곡이라서 조금은 지루할지 모른다.
기회가 되면, 꼭 감상해 보시길 바란다.

<사족> 이 앨범에는 뉴욕 재즈씬을 수놓고 있는 포스트 밥의 거물 뮤지션들이 총 동원 됐다.
니콜라스 페이톤, 제임스 카터, 로드니 휘타커 등은
원래부터 오오니시 준코의 음악 동료로서 유명하지만,
허린 릴리나 롤랜드 게레로, 레지날드 빌, 위클리프 고든 같은 실력파들을 동원한 것을 보면,
뉴욕에서 그녀의 위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짐작할 만하다.
사이드 세션들의 성향에서 짐작컨대, 이 앨범이 어떤 스타일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Baroque / Junko Onishi
(2010, Verve)

Nicholas Payton(tp)
James Carter(ts, b-cl, fl)
Wycliffe Gordon(tb, vo)
Reginald Veal(b)
Herman Burney(b)
Herlin Riley(ds)
Roland Guerrero(perc)

1. Tutti
2. The Mother's (Where Johnny Is)
3. The Threepenny Opera
4. Stardust
5. Meditations for a Pair of Wire Cutters
6. Flamingo
7. The Street Beat / 52nd Street Theme
8. Memories of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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